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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연세대 최형찬, 소리 없이 강한 남자

by basketball.romantist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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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상 복귀와 함께 연세대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던 대학리그 최고 슈터 유기상.

파란색 유니폼이 상징인 연세대가 28개의 3점슛을 시도해 무려 17개를 적중해냈다. 같은 계열인 하늘색 유니폼으로 새 출발을 알린 고양 소노를 연상케하는 양궁 중의 양궁 농구! 

2점슛 성공 개수보다 3점슛 성공이 훨씬 많았던 연세대였다. 긁히는 날이었다고 보면 됐겠다.

문정현, 박무빈과 함께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유기상의 화려한 복귀? 거기에 날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이규태, 심지어 어제 풀 전력이 아니었다지만 프로팀 KT를 잡아낸 그들의 모습은 창공을 거느리는 독수리 떼와 같았다. 

DB는 건국대와의 경기 후반부터 강상재가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연세대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결장했다. 최승욱과 김영현 역시 경미한 부상을 안고 있는 듯해 보였다. 

어쩌면 연세대가 야심 차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DB에 비시즌 첫 패배라는 결과물을 안겨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농구에 정통한 지인이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정성우 압박 수비가 다 파울로 불렸어요. 근데 박찬희랑 이선 알바노가 막으면 연세대 앞선 숨 못 쉴걸요? 심지어 김영현까지 나왔으면 눈물 보였을 수도요”

설마 그럴라고라 생각했지만 설마가 사람 잡았다. 화려함과 스피드로 무장한 야전 사령관 이민서는 알바노-이준희-박인웅으로 이어지는 타이트한 압박 수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엎어지고, 험블하고 쉽지 않았다.

그중에 이주영이 지역방어를 부수고 내외곽에서 고군분투했다. 윤호진 감독도 선수단에게 경기 초반부터 본인의 수비수를 놓친 것에 아쉬움을 쩌렁쩌렁하게 전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신바람이 난 DB는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얼리 오펜스, 투맨 게임으로 연세대의 기세를 잡아먹은 지 오래였다. 

경기 초반, 유기상마저 꽁꽁 묶인 연세대였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스타팅 라인업으로 나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던 17번 최형찬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너무 굶주려 먹이를 포착한 한 마리의 맹수로 돌변한 모습이랄까.

시작부터 점수가 야금야금 벌어지고 있던 터라, 연세대로썬 확률 높은 농구로 DB를 쫓아야 했다. 하지만 최형찬의 선택지엔 2점은 사라졌다. DB의 수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빠르게 45도 지역이나 코너로 달려가 공을 잡고 발을 맞췄다.

그리고 지체 없이 그 자리에서 지면으로부터 발을 띄웠다. KBL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DB 수비가 그를 향해 달려오던, 말던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물망엔 철썩이라는 소리가 났다. 그가 얼마나 슈팅 훈련을 했고, 자신감에 차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슈터가 한번 영점을 잡으면 무섭다고, 최형찬은 계속해 3점슛을 퍼부었다. 이날만큼 대학 리그 최고의 슈터가 최형찬이라 봐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날이었다. 

사실, 최형찬은 리그에서 35.8%로 준수한 3점슛 성공률을 보인 선수다. 남대 1부 177명이 등록된 선수 중 성공률 부문에서 5위. 그럼에도 그는 대회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쳐도 “이렇게 넣어본 적이 처음이다”라며 손사래 친다. 

최형찬은 본인 입으로 정신적인 부분, 멘탈이 아쉽다고 말했었다. 한두 개 안 들어가면 위축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되고 있었던 걸까.

근주자적, 붉은 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사자성어다. 주위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인데, 최형찬 역시 틈틈이 책도 추천해 주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유기상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경기에서 패해도,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 경기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 부족한 것을 채우려 노력한다” 

그렇게 연세대는 전날과는 다르게 DB와의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보면 위기였지만, 이는 최형찬에게 기회였다. 아쉬움 혹은 뒤가 없었던 그는 본인만의 플레이를 꿋꿋하게 이어갔다.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 3점슛을 필두로 페인트 존에서 몸싸움 이후, 페이드 어웨이와 속공 전개로 벤치의 박수갈채를 이끌었다. 초반부터 슛 감을 잡은 최형찬의 손 감각은 그렇게 경기 종료까지 식지 않았다. 

경기는 79-103으로 연세대의 대패. 필자도 중반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패턴, 활약을 적다가 큰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메모장 마지막 문장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연세대 17번 최형찬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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