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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DB 이준희, 원주의 러셀 웨스트브룩

by basketball.romantist 2023.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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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는 이번 시즌 김주성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코치 연수, 다년간의 코치 경력이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감독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던 수순.

그래서일까, 김주성 감독 곁에는 조선시대처럼 베테랑 코치들이 그를 제대로 지원사격하고 있다. 우승 경험을 DB에 전수하겠다는 NBA 밥 쏘톤 코치를 포함해 서울 SK에서 DB의 약점을 정확히 꿰차고 있던 現 한상민 수석 코치가 그 예다.

“내가 지금 선수들에게 리바운드 다 잡으라고 말하고 있지” 한상민 코치가 말했다. 

더불어 “아마 상재가 많이 힘들 거야, 강릉 전지훈련 다녀와서 9~10경기 정도 소화하고 있는데 30분 정도씩 뛰고 있으니까. 근데 시즌 들어가면 힘들지 않게 일부로 그렇게 하는 것도 있지”

DB의 연습경기를 지켜보면 한상민 코치의 비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경기 시작부터 하프타임까지 수비 실수 하나하나에 어쩔 땐 호랑이 선생님 빙의해 불같은 성격을 보여주곤 하는데, 필자였으면 아마 닭똥 같은 눈물 한 방울 흘렸다.

하지만 선수들은 오히려 이를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신경 써주시고 저희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러한 무서움이 반갑습니다”라고 이민석이 말했다.

25일, KT와의 연습경기에서도 한상민 코치가 집중 전담 마크하고 있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준희였다. 이전까지 특훈 내용은 수비였다면 오늘은 슈팅이었다.

이준희의 외곽슛은 중앙대학교 시절부터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 연습벌레로 불리며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그지만, 오히려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공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23일, UP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몸을 푸는 워밍업 시간. 유심히 이준희를 지켜봤다. 왼쪽 코너에서 집중적으로 3점슛을 시도하는데 정확히 12개 던져 3개가 림을 갈랐다. 성공률은 25%. 

당시 이준희는 실전에서 오픈 찬스가 났음에도 결국 주저하며 슛을 실패했다. 바로 뒤에 있던 김주성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벤치로 고개를 돌렸다.

그랬던 이준희가 단 2일 만에, 다른 선수가 되어서 수원을 찾았다. 웬걸, 공을 잡자마자 캐치 앤 슛으로 오른쪽 45도에서 3점슛을 터뜨리더니 기분이 업 됐는지 림어택을 연속해 성공해냈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첫 슛은 무조건 어떻게? 어렵게!”

김주성 감독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전했던 멘트다. 이준희는 이를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했는지, KT 앞선이 공을 잡으면 철저하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조금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젠 포스트업 수비까지, 이것이 김주성 감독과 한상민 코치의 특훈 효과인가. 

연이어 계속되는 이준희의 활약에 벤치에서는

“준희야 네가 상대방한테 안 속으니까 그런 좋은 수비가 나오는거야”부터 시작해 “준희야 잘했어, 괜찮아”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가 계속해 쏟아졌다.

역시 젊은 선수여서 그런지 힐끗 미소를 띤 이준희는 오히려 후반에 더욱 야생마로 변신했다. 에너지 레벨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강상재와 이선 알바노, 박인웅이 맹활약하면서 점수 차를 벌렸지만 KT 역시 연속 외곽포로 DB의 뒤꽁무니를 끈질기게 쫓아가고 있던 상황. 그 KT의 불같은 추격에 얼음물 한 바가지를 뿌린 선수가 이준희였다.

스피드를 살려 코스트 투 코스트로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림어택을 성공해냈다. 그리고 한상민 코치와 필자와 눈이 마주쳤다. 한 코치는 이준희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허허 인자한 미소를 계속해 보내왔다.

이준희의 맹활약 덕분에 이날 DB는 KT를 86-79로 꺾었다. 경기가 끝나고 DB 선수단 근처로 향했다.

스트레칭을 마친 강상재와 서민수가 이렇게 말해왔다.

“이브룩, 이브룩!” “러셀 웨스트브룩”

외곽슛에는 약점이 있지만 운동 능력과 돌파, 끈질김 대명사 러셀 웨스트브룩에 이준희를 빗대어 말하고 있는 듯했다. 

더불어 “준희가 뭘 잘했다고 인터뷰를 해요?”라고 장난도 쳤지만, “준희, 길게 길게 인터뷰 써주세요라는 등” 츤데레 같은 모습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오늘 제일 시선 강탈한 선수 1순위 이준희, 2순위 이민석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말해왔다. 

“연습한 게 아까워서라도 적극적으로 슛 던지려고요”

실패해야 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 반대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끝이 없다. 그렇게 그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주저하지 않았으며 본인의 목표를 위해 계속해 정진 중이다. 이준희,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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