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L

원주 DB에 찾아온 부상 악령, 최악의 23일 연습경기

by basketball.romantist 2023. 8. 23.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원주 DB의 성적을 논할 때는 항상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건강만 하면’ 

매 시즌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 선수 부상은 고사하고 국내 선수까지 부상 악령으로부터 힘들어하니 이젠 선수들이 코트에 넘어지기만 하면 걱정이 먼저 앞선다. 

“매니저가 노크하고 들어오면 겁부터 나” 前 DB 감독 이상범은 이렇게 말하며 힘들어했다. 

지난 18일엔 박찬희, 22일엔 박인웅, 23일엔 김영현이 쓰러졌다. 

다행히도 들은 바로는 박찬희는 괜찮다고 한다. 박인웅은 23일 UP과의 맞대결에서 스타팅 라인업으로 들어와 전천후 활약을 펼친 것 보니 역시 좋아 보인다. 

하지만 김영현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지 않길 바라야 하는데, 2쿼터 중반 발목이 돌아갔고 얼마나 통증이 심했는지 김영현 선수 신음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고 관중들 역시 “진짜 아픈 것 같은데”라며 걱정했다.

이날, 필리핀 벤치는 팁 오프와 동시에 존 프레스, 풀코트 프레스를 주문했다. 굉장히 타이트한 압박 수비에, DB가 주 옵션 투맨 게임에 대한 대처까지 훌륭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수비 이후, 얼리 오펜스 전개까지 군더더기 없었다.

“UP은 UAAP의 다크호스로 기대가 됩니다. 그들은 지난 시즌 준우승으로 마친 팀이니까요”

필리핀 팬이 메시지를 전해왔다. 실로, UP은 직전 22일 프로 서울 삼성을 제압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선수들의 피지컬과 개인 능력 또한 출중하여 DB 선수들도 고전했다.

공격자와 수비수의 틈이 너무나 좁았던 탓일까. 1쿼터 초반부터 김영현과 필리핀 선수의 신경전이 발발했다. 파이터 기질이 있는 김영현은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맞서며 필리핀의 기세를 한 풀 꺾어냈다.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연습경기 평균 20점 정도 꽂던 이선 알바노. 그런 알바노가 UP의 수비에 가로막히며 2쿼터 중반까지 필드골 성공 0개에 그쳤다. 수비에 도가 튼 김영현까지 현란한 개인 기술에 속을 정도 였으니.

그래도 해결사는 1쿼터부터 피를 끓어 올린 김영현이었다.

야전 사령관으로 역할을 바꾼 후, 한 박자 빠른 패스로 동료들의 찬스를 살렸고 링커 역할에 슈터까지 만능 재주꾼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관중석에선 여지없이

“치악산 고라니!”

김영현이 살자 이준희까지 신바람이 났다. 비록 오픈 찬스에서 슛을 하진 못했지만 본인의 하드웨어를 적극적으로 살린 림어택, 심지어 동료를 봐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준희와 김영현의 맹활약에 DB는 10-0 스코어런을 그려내며 열세를 우세로 바꿨다. 그리고 김주성 감독도 풀코트 프레스를 주문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수비 전문가 김영현이 제1선, 2선에 이준희와 강상재가 대형을 유지하며 찰싹 달라붙자 UP은 연속 3턴오버를 기록하며 자멸했다. 

비단 오늘뿐 아니라 DB 연습경기를 거의 다 지켜봤는데, 김영현이 가장 많이 슛 연습을 하는 구역은 좌측 코너였다. 신기하게도 경기에 들어서면 김영현이 알바노와 합을 맞출 때, 찬스가 좌측 코너에서 계속 발생한다. 

2022-2023시즌 김영현의 좌측 코너 3점슛 성공률은 38.9%, 2021-2022시즌엔 무려 50%. 표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편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의 통산 평균 3점슛 성공률이 34.4%와 비교하면 말이다. 

“알바노가 빼주는 찬스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현이 DB와 FA계약을 체결한 후, 뱉은 말이 그대로 코트 위에서 펼쳐지고 있던 것이었다. 

뭐랄까, DB 농구를 햇수로 따지면 19년 정도 보고 있는데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 DB 연습체육관에 크게 붙어있는 공재불사,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란 사자성어가 몸에 밴 선수다.

연습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연습도 실전보다 더 실전처럼 임한다. 파울 하나에 아쉬워하고 1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힘들어 코트 위에 앉아 심판에게 앙탈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귀엽기 짝이 없다. 관중들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김영현이 23일, 2쿼터 중반 아쉽게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FA 이후 첫 시즌, 본인이 제일 기대했고 절치부심했겠지만..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날 경기는 원주종합체육관 천장에 물이 새며 51-35로 전반 이후 경기 종료됐다. 결과를 물어본 필리핀 팬은 이러한 소식을 듣고

“Oh my God, Haha”라며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안 하느니만 못했던 23일의 연습 경기, 최악의 20분은 그렇게 끝났다. 

@basketball.romantist 팔로우와 블로그 방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