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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늦깎이 농구 선수, 고려대 이동근

by basketball.romantist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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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더라도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게 되면 그때 다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 다른 걱정 말고 네가 농구에 진심이라면 열정적으로 한번 도전해 봐라” 

부모님의 확고한 믿음, 그의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점점 꽃피우고 있다. 

농구에 진심인 새싹들, 현재 프로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선수들이 어느 때부터 농구를 시작할 것 같나? 

아마 대개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중간에 본인 길이 아니다 싶어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이보다 더 일찍 시작하는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엘리트 농구에 발을 들인 시기는 2021년 2월 1일. 당시 나이 18살,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퍼펙트와 케페우스 등 여러 아마추어 팀 소속으로 3X3 농구 정상에 우뚝 서곤 했지만 분명히 5대5는 달랐다.

그럼에도 그의 등장에 고등학교 무대는 한바탕 들썩였다. 하위권에 있던 부산 동아고는 패배의식을 떨쳐내고 재빠르게 승리에 익숙한 팀으로 변모했다. 

동아고 시절, 평균 25.6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던 센터. 피지컬을 앞세워 페인트존을 점령하는 샤킬 오닐 같은 유형은 아니었다. 최근 농구 트렌드에 맞게 골밑은 물론, 외곽까지 책임지며 다재다능이라는 아우라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수비는 고등학생 이동근이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 3X3에서는 앞에 위치한 선수만 막는 대인 수비가 일반적이지만, 5대5는 그렇지 않다. 로테이션과 도움 수비, 하나를 해도 두수, 세수 앞까지 생각해야 하는 복잡함이 서려있다. 

그렇지만 이동근은 고려대 주희정 감독과 김태형 코치의 정교한 가르침 속에 본인의 약점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 이제는 앞선 자원까지 수비할 줄 아는 그런 선수로.

대학 리그에서는 신입생이라는 이유, 아직 적응이 덜 되었던 탓에 옛 시절만큼의 플레잉 타임을 누리지 못했다.

당연히 아쉬움이 있을 터. 그러던 그에게도 MBC배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원래부터 뛰어난 선수였기에 기회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고려대는 국가대표 차출 선수들이 많았기에 가용 인원이 적었다. 그랬기에 신입생들이 힘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이동근은 벤치의 기대에 200% 넘게 부응해냈다.

19-21-18-20. 결승 무대였던 연세대 전까지 이동근의 득점 수치이다.

“워낙 BQ가 좋다. 높이도 좋고 영리하다. 몸싸움을 깨닫는다면 그 이상의 기량이 나올 수 있는 선수”

센터가 없어서 포워드 농구를 추구한 주 감독의 고려대에 이동근은 최고의 퍼즐이었다. 외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뽑아낸 높은 생산성은 덤. 

파워포워드랑 센터를 오가고 있지만 유연성, 스피드, 슈팅 능력을 겸비했기에 2번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그랬기에 이동근은 대학 감독들의 눈길, 관중뿐만 아니라 상주를 찾은 프로 스카우터들까지 매료시켰다.

20일, 결국 고려대와 연세대, 연세대와 고려대의 결승 무대가 성사됐다. 

주희정 감독은 여전히 이가 없어서 잇몸인 7명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 와중에 연세대 사령탑 윤호진 감독이 가장 경계했던 선수도 바로 ‘이동근’

“자신감이 올라온 이동근을 제어해야 해서 골치 아프다” 

결과적으로 이동근은 예선과 준결승 무대 포함 계속해 두자릿 수 득점을 이어오던 상주에서 처음으로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다. 단 9점. 

9점이었지만, 플레이는 변함없었다. 적극적인 수비 컨테스트에도 강점인 유연성과 밸런스를 앞세워 골밑 득점을 연거푸 올렸다. 

3X3으로 길러온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뒷선에만 국한되지 않는 넓은 수비 범위로 연세대 앞선을 괴롭혔다. 그리고 볼 운반, 중간중간 유기적인 볼 흐름에 도움을 주는 다리 역할까지. 

경기 종료를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코트를 이탈했지만, 박정환과 유민수, 문유현이 맹활약한 덕분에 고려대는 여유롭게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이동근이 있었기에 고려대도 2년 연속 MBC배 정상, 13회 우승이라는 과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동근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SK 안영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2021년 필자가 이동근에게 물었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뭐예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이 돌아왔었다. 

“실력과 인기를 모두 잡는 허웅 선수처럼 성장해 농구 인기를 부흥시키고 싶어요”

고등학생 이동근은 숱한 장애물을 견뎌내면서 여전히 뛰어난 선수로 성장 중이었다. 본인이 내뱉었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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