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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이재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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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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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은 그저 숫자로 기록된 객관적 지표다. 물론 이 수치가 40분 내내, 코트에서 땀방울을 흘린 선수의 가치 판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엔 궂은일부터 팀 리바운드, 중간 다리 역할, 경기 조립 등 지표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도 대다수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경기를 직접 보지 않고, 단순 기록만으로 섣불리 선수의 플레이를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도는 최근 5경기 평균 5점에 그쳤다. 팀의 야전사령관이자 LG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미지가 각인된 그에게 이러한 저조한 득점은 부진,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력이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40분 동안 득점을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구기 종목, 농구에서 대다수의 팬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득점을 많이 해야 농구를 잘하는 선수로 비친다.

최근 이재도는 공격에서 소극적이었다. 당연히 야투 성공률도 많이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그는 평균보다 많은 어시스트로 동료들을 살려냈고, 작은 신장에도 높게 솟구쳐 평균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득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방면에서도 어떻게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아는 베테랑 선수였다.

이렇게 표면상으로 드러난 득점 수치가 아쉽다가도, 항상 DB만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아다닌다. 팀 상성이란 게 있듯, 선수들도 본인이 상대하기 쉬운 팀이 존재하나 보다. 이재도에겐 DB가 그렇다. 직전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5경기 평균 5점에 그치던 이재도는 28점을 쏟아부으며 짜릿한 승리와 함께 창원으로 돌아갔다.

이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25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두경민을 포함한 DB 선수들은 LG의 유기적인 로테이션 수비와 스위치, 프레스에 연일 턴오버를 범하고 말았다. 

이재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DB의 수비가 갖춰지기 전 빠른 역습으로 점수를 쌓았다. 순간적인 스피드와 빠른 돌파로 이상범 감독의 준비된 수비를 헤집었고, 시그니처 무브인 뱅크슛으로 DB의 작전 타임을 이끌어냈다.

이상범 감독이 승부처라고 여겼던 3쿼터. LG가 점수를 급격하게 벌릴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재도였다. 이재도는 시작과 동시에 탑에서 3점슛을 터뜨렸고, 왼쪽 45도와 골밑을 오가며 13점을 폭격했다. 승부의 추는 3쿼터에 이미 LG 쪽으로 기울었지만, 이재도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DB가 일찍 백기를 들고 투항했음에도 그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레이업으로 6점을 더 추가하고 퇴근했다. 

플레이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이재도는 이날 경기 포함, 창원 LG 소속으로 77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4연승은 처음. LG는 2015-2016시즌부터 현재까지 봄 농구를 단 한 번뿐이 겪지 못했다. 2018-2019시즌에도 6강에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부산 KT를 꺾고 인천 전자랜드를 마주했지만 무기력한 3연패로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매 시즌 하위권을 전전했기에 단독 2위는 낯선 상황인 게 당연하다. 

이재도는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통산 390경기에 출전했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1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이 정도면 이제 선수들 눈빛만 봐도 어떠한 플레이를 하고자 하는지도 다 아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이재도는 발전, 또 발전을 예고했다.

“아직도 프로 농구가 어렵다. 필리핀 선수들의 활약이 초반 돌풍에 비해 약해졌는데 KBL이 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잘해서 2위인 것인가 싶다. 선수단 모두가 신기해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의 농담 섞인 생각이지만 이재도가 아직 농구가 어렵다면, 다른 선수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사실, 이번 시즌 LG가 이렇게까지 치고 올라오리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조상현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과 선수 기용, 적재적소에 빛을 발하는 용병술, 선수들의 투지와 피땀어린 노력이 하나 되어 현재 2위 창원 LG가 만들어졌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단 전체의 경기력이 균일하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상적인 현상이다. 이재도를 앞세운 LG 선수들은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다음 상대는 1위 KGC다. 겉으로 티는 내고 있지 않지만, 그들은 서서히 1위 탈환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도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머지않은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창원에서의 봄 농구도 어쩌면 이제 뜬 구름 잡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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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하리라 믿어요" 꺾이지 않는 이재도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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