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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카멜레온 같은 남자, 안양 KGC 렌즈 아반도(Rhenz abando)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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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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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 KBL 우승 팀 1옵션 외국 선수인 자밀 워니에게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어디냐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KGC인삼공사!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SK와 공격 성향이 정반대라는 것이었다. 쉽게 생각하면 팀 상성상 맞지 않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SK는 페인트존에서 22.1점을 올리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렸다. 반면 KGC는 평균 11.2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양궁농구 대가다운 면모를 뽐냈다. 골밑 VS 외곽이란 키워드 대결로 압축할 수 있지만, 체력 고갈과 부상자 발생으로 결국은 골밑을 앞세운 SK가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서 시즌이 막 내렸다. 

KGC가 3점슛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現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성현이 비시즌, 고양 캐롯으로 이적을 했기에 당연히 차기 시즌 KGC의 공격력과 외곽 생산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GC는 최근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6승 7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3점슛 개수도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줄어들었지만 평균 9.9개를 넣으며 내 외곽에서 안정적인 밸런스와 조화를 이뤄가고 있다.

그렇다면 평균 18.9점으로 국내 선수 득점 랭킹 1위인 전성현의 공백은 어떻게 됐을까? 사실 그의 부재를 100% 못 느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대신 FA 시장에서 영입한 배병준과 필리핀 아시아쿼터 렌즈 아반도가 맹활약하고 있다. 

아반도는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미한 부상으로 타 아시아쿼터 선수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는가.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아반도는 왜 본인이 아시아쿼터 선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지. 필리핀에서 어떻게 MVP와 ROY를 동시에 석권했는지에 대해 경기력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아반도의 신체 프레임은 겉으로만 봐도 얇은 편이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남자다. 아반도는 188cm, 71kg임에도 탈 동양인급의 체공 능력과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온 코트를 휘젓고 다닌다. 신체 밸런스도 비교적 탄탄하다. 12월 초반, 일시적으로 부진을 겪었으나 중반 들어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 절정은 지난 18일 서울 SK와의 경기였다. 

아반도는 SK전, 1쿼터에만 탑, 오른쪽 45도, 오른쪽 코너에서 연거푸 3점슛을 터뜨리며 12점을 기록했다. 오세근의 스크린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동료들의 득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반도는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과 같았다. 한번 밟은 액셀은 도저히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넓은 보폭을 활용한 긴 스텝, 골밑에서 외곽으로 핀다운 스크린을 받고 나오는 플로피 액션에 이은 3점슛, 기습적인 베이스라인 돌파에 이은 덩크슛. 아반도는 연말을 맞이해 체육관을 찾은 3023명의 관중들에게 공격 농구 종합 세트를 제대로 선물했다. 

공격 옵션도 각양각색이었다. 3점슛, 포스트업, 아이솔레이션, 킥아웃 등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 카멜레온 같았다.

경기 시간 39분 동안 렌즈 아반도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 1분을 버티지 못했다. 공격권 한번 한 번에 승리의 추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스틸을 당해 김선형에게 속공을 허용했다. 

더불어, 경기 종료 4초 전, 79-8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투 3개를 얻은 아반도였다. 침착하게 1구와 2구를 성공했지만 마지막 자유투가 림을 외면하고 말았다. 그렇게 아반도의 인생 경기는 새드엔딩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날 아반도는 34분 45초를 소화하며 30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다. 적장도, SK 선수들도 아반도의 기량에 혀를 내둘렀다. 영웅이 될 뻔했지만, 아쉽게 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아반도를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나 아쉽고 분한 마음에 아반도는 유니폼을 뒤집어쓰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동료들의 품에 안겨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최고의 활약에도 승리를 내줬다는 아쉬움, 동료와 관중들을 향한 미안함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섞인 아반도의 눈물 한 방울방울이 진정한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SK전에서 자유투를 실패한 어제의 아반도는 분명히 내일의 아반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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