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L

후회막심 그 자체, 오랜만에 방문한 원주종합체육관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2. 13.
728x90
반응형

사진 출처 = KBL

반응형

지난 12월 11일, 오랜만에 원주까지 원정 경기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집이 서울이라, SK와 삼성 잠실 경기를 제외하면 직관을 갈 시간이 마땅치 않은데 오랜만에 기차 타고 원주를 다녀왔네요. 지난 시즌 DB가 SK를 상대로 맞대결 전패를 하긴 했지만, 항상 DB와 SK는 맞붙으면 불꽃튀게 치고받으며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더 설레는 마음으로 원주종합체육관을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체육관 내에도 많은 팬분들이 찾아오셨더라고요. 학교 단위로도 단체 관람 온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시간 내고 돈 써가며 먼 길을 왔는데, 참 경기가 1쿼터 10분 만에 끝나버리니 너무 허무했습니다.

지난 2라운드 맞대결을 기억하시나요? 전희철 감독은 DB를 상대로 벤치 자원으로 구성된 스타팅 라인업을 내세웠었습니다. 반대로 당시 DB의 스타팅 라인업은 두경민-이선 알바노-최승욱-김종규-드완 에르난데스. 선수 개개인의 이름만 놓고 보면 10개 팀 어디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습니다. 역시나 두경민-알바노 백코트 듀오가 대폭발하면서 전반을 리드했고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결국 끝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1일엔 달랐습니다. 전희철 감독이 필승 의지를 드러내며 정상적인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자 승패는 1쿼터에 결정 나버렸습니다. 무엇보다 DB는 워니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워니를 더블팀 디펜스로 막겠다고 공언했던 이상범 감독. 하지만 워니는 DB의 수비를 신경 쓰지 않고 너무나 편하게 본인 할 것 다 하더라고요.

시작부터 대차게 끌려다니는데도 이렇다 할 작전 타임도 부르지 않았던 이상범 감독. 무슨 생각이 있겠지, 준비해 온 묘수가 있겠지라고 철석같이 믿어봤는데... 기대한 제가 이상했던 건가요?

전희철 감독은 “알바노가 농구를 너무 잘한다. DB는 2대2 공격에서 공 잡을 때까지만 움직임을 정해놓는다. 그다음 동작은 패턴이 많지 않다. 매번 다르게 움직여서 막기가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상범 감독의 자율적인 농구 철학이 코트에서 잘 드러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대2가 막히면 다음 공격 옵션이 없다, 무전술? 이렇게 봐야 하는 것인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 특히나 흐름과 분위기 스포츠인 농구에서는 언제 어떻게 역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의 기대감을 갖고 있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제가 본 경기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새로 합류한 외국 선수 드미트리우스 트레드웰의 경기력이나 감상하다 가자고 유심히 지켜봤는데 워니를 상대로 페인트 존 진입 자체를 못하더라고요. 엉덩이 하체 밸런스를 사용해 밀고 골밑을 들어가야 하는데 워니가 워낙 강력하게 버티니 오히려 퉁퉁 밀려나는 느낌이랄까. 전투적이고 조직력 있는 KBL 수비에도 너무 얼타는 모습이었어서 아쉬웠네요.

경기 리뷰를 써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사실 할 게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DB의 추격전도 없었고, 반전 포인트도 없었습니다. 벤치 대결에서도 SK의 완승이였으니 원주까지 직관 간 제가 답답하고 한심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어땠냐면, 종료 버저가 울리고 어떤 아저씨 팬분께서는 갑자기 자리에서 벅차고 일어나 이상범 감독 사퇴하라고 고래고래 외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이충희 감독 시절 원주 팬분들이 현수막까지 제작해 오셔서 퇴진운동을 벌이던 게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상범 감독의 패장 인터뷰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팬분들께 죄송하다. 해서는 안 되고 나와서도 안될 경기다”

저야 워낙 농구에 미쳐있는 사람이라 이런 경기가 나와도 꾸역꾸역 경기장을 찾지만, 이런 경기는 한국 농구 인기에 불을 지펴가고 있는 상황에 물을 끼얹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프리카 TV 기준으로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시청자가 만 6천 명에 달했습니다. 그래도 한국 농구가 이전만 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호흡기는 달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일 원주에서 또 홈경기가 있던데 제가 생각하는 그 결과일까요?

@basketball.romantist 팔로우와 블로그 방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원주 DB의 필리핀 소년가장, 이선 알바노(Ethan alvano)

악전고투(惡戰苦鬪): 강력한 적을 만나 괴로운 싸움을 함, 곤란한 상태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노력을 계속함. 비슷한 말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고군분투가 있다. 먼 타국인 필리핀에서 건너와 시

basketball-romantist.tistory.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