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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뽀뽀맨? 육성형 용병? 암흑기를 함께했던 키스 렌들맨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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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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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또 비슷한 표현으로는 다시 보니 선녀라는 말이 있다.

처음 봤을 땐 별로라고, 좋지 못하다고 느꼈지만 추후에 더 좋지 못한 것이 등장함으로 기존의 것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일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간단하게는 재평가라는 말도 MZ세대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어제는 필자도 오랜만에 서울에서 원주까지 직관을 갔었습니다. 원주 DB나 창원 LG, 사실 딱히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팀은 없습니다. 단지, 농구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웬만해서는 퇴근 후, KBL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려 노력 중입니다. 그렇게 원주 DB의 경기를 보고 기사를 정독하면 꼭 나오는 선수의 이름, 드완 에르난데스입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려함과 이면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지난 시즌 조니 오브라이언트가 DB에 와서 몇 경기를 치르고 나서 팬분들의 반응을 기억하시나요? 당연히 좋지 않았습니다. 뭔가 무심한 듯한 표정, 내외곽을 겉도는 공격 옵션에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았던 득점포. 하지만 지금 에르난데스가 코트 안팎에서 임하는 자세를 보고 나니 오브라이언트는 선녀 그 자체였습니다.

적어도 오브라이언트는 골밑 수비와 팀 디펜스, 리바운드, 백다운 공격과 오픈 상황에서 미드 레인지 점퍼와 3점슛은 정확했으니까요. 이렇게 글을 작성하다 보니 한 선수가 떠올랐습니다. 옛 원주 동부 프로미 시절의 키스 렌들맨.

2013-2014시즌 53경기 평균 16분 32초, 9.4점 4.9리바운드 0.4어시스트 렌들맨은 KBL이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던 시절에 2라운드로 동부로 입단했던 선수입니다. 독특한 레게 스타일의 머리, 높은 에너지 레벨과 미친듯한 활동량은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을 연상케 했습니다. 다만 200cm, 작지도 크지도 않은 신장, 투박한 골밑에서의 플레이, 어정쩡한 외곽 옵션으로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당연히 힘겨웠습니다. 더 나아가, 당시 1라운드에 선정됐던 베테랑 허버트 힐이 루키와 다름없던 렌들맨에게 텃세를 부려 더욱 힘들었다는 항간의 소리도 존재했었습니다.

2013-2014시즌 동부는 김주성과 이승준으로 이어지는 국대 트윈타워에 외국 선수까지 가동하면서 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했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아시죠? 당시 감독은 이충희였습니다. 조직력 부재와 부상이라는 암초에 14연패라는 최악의 기록했던 시즌.

그런 와중에 1옵션 외국 선수가 허버트 힐, 크리스 모스, 마이클 더니건으로 번번이 바뀌고 어수선한 마당에 렌들맨은 홀로 꿋꿋이 리그 완주를 해냈습니다. 외국 선수의 기량이 중요한 리그에서 렌들맨이 끝까지 중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렌들맨은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너무나 성실했고, 열정은 넘치다 못해 과할 정도였죠. 진짜 당시 경기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리바운드 하나하나를 따내려고 그렇게 투지를 보이는 선수는 극히 드뭅니다. 특히나 외국 선수들은 부상 때문에 몸을 사리기 마련인데 렌들맨은 완전 정반대인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답답하고 단조로웠던 공격 패턴도 경기를 거듭하면서 발전해나갔습니다. KBL 팬들 사이에서 렌들맨은 육성형 용병, 성장형 용병이라는 재밌는 별명도 생겼었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줬던 선수. 나름 귀여웠던 면도 있었던 선수. 키스라는 이름 덕분에 뽀뽀맨이라고도 불리며 동부 팬들과 끝까지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선수. 당시 렌들맨이 한 경기, 한 경기에 보여줬던 열정과 투지가 그리웠던 어제의 직관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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