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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오재현은 놔두라고!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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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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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가 지난 1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시즌 첫 연승을 내달렸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연봉킹 김선형, MVP 자밀 워니도 아니었다. 바로 오재현.

오재현은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한양대에서도, 서울 SK에 입단하고 나서도 수비 원툴, 수비 스페셜리스트로 상대 에이스 스토퍼 역할에 주력하기 바쁠 뿐이었다. 특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포워드 왕국 SK에선 상대 팀 입장에서 막아야 할 선수가 많다 보니 오재현을 철저히 내버려 두는 경향이 많았다.

한양대 시절, U-리그에서도 애당초 3점슛 시도가 타 선수들에 비해 많지도 않았다. 성공률 또한 처참하다고 할 정도로 나빴다. 몸을 한껏 웅크렸다가 쭉 펼치며 던지는 특유의 3점슛 자세는 10%대 3점슛 성공률로 나타나기도 했다. 프로가 3점슛을 10개 던져 1개를 넣는다고? 일반인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오재현은 대학교 시절부터 연습벌레, 엄청난 노력형 선수로 명성이 자자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프로에 와서도 그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농구, 더 세밀하게 파고들면 프로라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택한 생존 유일 수단이었다. 그렇게 자유투 성공률부터 야투 성공률 등 팀 승리에 티끌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이지 않는 코트 뒤편에서 구슬땀을 엄청 흘린 오재현이다.

대학리그를 평정한 선수들이 프로 데뷔 전을 치르고 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수비부터 차원이 달라요, 선배님들의 기술과 힘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감독들 역시도 대학과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운을 떼곤 한다. 이 때문에 갓 프로의 문을 노크한 대학 선수들이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반쪽짜리 선수 오재현은 달랐다. 2라운드 1순위로 SK의 부름을 받아 2020-2021시즌 37경기 출전해 17분 47초 동안 5.9점 2.3리바운드 1.6어시스트 1.1스틸을 남겼다. 두드러지는 기록은 아니지만 벤치에서 출발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표정으로 벤치의 환영을 받는 그였다.

그다음 시즌에도 오재현은 47경기 평균 14분 15초 출전, 3.4점 1.4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SK 통합우승에 큰 공헌도를 남겼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매 시즌 치솟고 있는 3점슛 성공률.

요즘도 KBL 중계를 보려 아프리카TV에 들어가면 채팅창에 오명호(오재현+신명호)라는 별명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슛 성공률이 좋지 않았던 오재현이다. 슈팅에 관해 좋지 않은 꼬리표는 전부 달고 다녔다고 해도 무방하다.

SK를 상대하는 팀 역시도 오재현은 놔두라고를 시전하면서 그에게 새깅 디펜스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16일 전창진 감독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보란 듯이 오재현은 전창진 감독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고, 이는 제일 큰 패착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데뷔해부터 오재현의 3점슛 성공률은 25.7% > 31% > 42.9%로 상승하고 있다.

“찬스가 생기면 계속 던지려고 한다. 그래야 코트 밸런스도 맞는다. 공격에서 주저하면 안 된다. 앞으로도 계속 던질 것이다”고 말했다.

KT의 정성우, KGC인삼공사의 문성곤도 대표적인 수비형 선수였다.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라는 것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그들은 이제 절대 놓아주면 안 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높은 야투 성공률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노력하면 된다. 왜 저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원주 DB의 이준희가 바로 떠올랐는지.

시즌 초반 SK의 경기는 김선형과 자밀 워니에 의존하는 히어로 볼의 색깔이 짙었다. 특정 선수에게 너무 높은 공격 의존도를 보이며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허일영, 최부경, 오재현과 같은 반대편에서도 지원 사격이 터져줘야 하는 마당에, 그런 전희철 감독의 걱정거리를 오재현이 잘 해결해 주고 있다.

수비 원툴이였던 그가, 독한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증명했다. SK의 대표 3&D? 공수 겸장이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어울리려나. 어찌 됐든, 오재현의 성장세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뒷받침됐고 이제 KBL에서 오재현은 놔두라고는 역사 저 편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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