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L

당신이 투자한 1분, 평생 KBL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1. 2.
728x90
반응형

반응형

오늘은 EASL 일정 취소 탓에 KBL 경기 일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밀고 밀어 왔던 집 정리를 했습니다. 일도 보고, 서재 정리도 하고 마지막으로 창고 속 서랍을 열었는데, 웬 서류 봉투와 학창 시절 필수품인 쫄대 파일이 반듯하게 서랍 한편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뭐지? 하고 열어봤는데,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옛 추억에 잠겼었습니다. 가을을 타서 인지, 나이를 점점 먹어가는 것인지, 옛 추억에 잠겨서인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여러분들 그거 아시죠? 경기장에 가면 경기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유형도 가지각색입니다. 경기 시작 전, 근처 맛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나지막이 커피를 마시거나 혹은 저처럼 일찍 들어와 선수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저는 항상 팁 오프 시간이 한참 남았어도 아버지를 졸라 경기장 내부로 들어섰습니다. 그냥 농구장의 따뜻한 온기와 분위기,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거든요.

몇 년도였는지, 언제 시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할 게 없다 싶으면 툭하고 농구장을 갔었으니까요. 어느 날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원주 치악체육관 원정 경기 관람을 왔는데, 벤치에 앉아 대기하던 ‘레전드’ 김주성 선수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KBL을 평정하던 김주성 선수의 사인이 너무나 갖고 싶던 한 꼬마 아이의 손에는 종이도, 펜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근처의 원주 동부 피켓을 하나 주워 당차게 경기장 코트로 내려갔죠. 지금 돌이켜 보면 진심으로 관중이나 선수들에게 민폐인 행동이고, 해서는 안 될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작은 체구를 이끌고 치악체육관의 철제 계단을 홀로 내려가 김주성 선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김주성 선수, 너무 팬이에요. 멋져요. 싸인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라면서 피켓을 뒤집어 건넸습니다. 

워밍업이 한창이었던 시간이었지만 김주성 선수는 저에게 나지막이 대답해 줬습니다.

“형이 경기에 집중해야 해서 시합 끝나고 다시 찾아와줄래? 꼭 해줄게!”

날아갈 것 같은 행복함과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한 창피함(?)을 동시에 느낀 채 저는 재빨리 좌석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원주 동부는 그날 패배했습니다. 그럼에도 김주성 선수는 치악체육관 뒤 통로에서 선수단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었습니다. 하염없이 기다린 끝에 저도 종이에 사인을 받아봤고요. 

정리하면서 발견한 현 원주 DB의 코치, 김주성 선수의 사인과 현역으로 뛰고 있는 윤호영 선수의 사인 한 장 한 장에 당시의 상황이 영화처럼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그만큼 저에겐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였나 봅니다.

그때, 사인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른 시간에 당신이 저에게 투자한 그 1분 덕분에 지금까지도 KBL을 사랑하는 팬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이렇게 지금까지도 농구에 흠뻑 빠져있게 됐습니다. 끝까지 간직하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