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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놈은 난 놈일세, 고양 캐롯 이정현 2년 차 맞나요?

by basketball.romantist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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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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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감동 캐롯이 아니다. 전성현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준척급 자원도 없었던 신생 구단이다. 부상 선수가 없다고 가정 하에, 타 팀들이 12명 엔트리를 붙박이로 가져갈 때 캐롯은 수시로 엔트리를 변경해 나갔다. 가용할 선수 자원이 풍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그마저도 무게감이 확연히 뒤떨어진다. 베스트 라인업에서도 전성현과 이정현을 제외하면 타 팀 식스맨 자원들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다. 10개 구단 베스트 라인업을 쫙 적고 비교해 보면 실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농구에 임하는 열정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부분이 캐롯 선수들을 코트 위에서 한발 두발 더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기도 하고 독기를 품게 만든 것 같다. 

심지어 팀의 전부였던 전성현이 시즌 막바지엔 달팽이관 이상에 따른 돌발성 난청으로 한동안 코트를 이탈했다. 재정난 이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못한다로 말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고양의 농구를 좀 더 볼 수 있게 됐다. 7위 원주 DB가 6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캐롯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란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코트 위의 여우, 단기전의 승부사라고 불리는 김승기 감독이지만 선수가 없는걸 어떡하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틴다고 하지만, 그 잇몸마저 너무 고기를 씹어서인지 성치 않다.

사진 출처 = KBL

그런데도 캐롯이 결국엔 끝끝내 시리즈를 2-2로 균형을 맞춰냈다. 전성현이 없는 빈자리,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이정현이 직전 시즌 플레이오프에 이어서 올 시즌에도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이정현은 지난 1월 루키더바스켓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클러치 상황이 재밌다. 클러치 상황에서 슛을 던지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 

이제 2년 차 루키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인가 싶다. 난 놈은 난 놈이다. 정말로 강심장이다. 플레이오프도 그렇지만, 정규리그에서 캐롯의 작전 타임을 보면 이정현은 항상 김승기 감독에게 혼쭐나고 있다. 작전 지시와 더불어 이정현이 1일 1채찍을 기본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정현은 주눅 들지 않고 풀 죽지도 않는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미소로 코트를 방방 뛰어다니며 경기를 지배하기 바쁘다. 현대모비스와의 4차전에서도 그랬다. 17-30으로 밀리며 1쿼터를 마친 캐롯. 경기 분위기를 바꾼 선수는 복귀 기념 3점슛을 터뜨린 전성현이지만, 팽팽했던 승부의 줄을 끊어버린 선수는 또 이정현이었다.

전반까지 이정현은 12개의 야투를 던져 2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률로만 따지면 20%도 채 안 되는 17%. 그럼에도 이정현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여기서 슛을 던지지 않으면 캐롯의 공격이 더 꼬여버린다는 사실을. 투맨 게임, 아이솔레이션이 원활치 않기도 했으며 현대모비스의 수비에 제 타이밍에 슛을 던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답지 않게 3쿼터까진 에어볼도 잦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4쿼터에 연속 9점을 쏟아부었다. 현대모비스의 예상보다 높은 지역에서 픽앤롤을 전개하며 로슨과 찬스를 만들어냈고, 수비가 살짝이라도 슬라이드, 드랍 백으로 뒤로 빠지면 미드 레인지 점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캐롯의 이정현, 작정현이라 불리는 그도 큰정현처럼 금강불괴답다. 올 시즌 리그 평균 출전 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도 52경기에 출전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1대1 수비 능력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만큼이나 출중했던 선수. 이제는 그런 그가 클러치 타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1번과 2번을 오가며 더욱 KBL 최정상급 가드의 길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포텐셜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이정현도 이정현이었지만 이날 캐롯이 기록한 공격 리바운드 개수는 24개. 20개의 수비 리바운드까지 포함해 44개를 잡아냈다. 현대모비스보다 14번의 공격 기회를 더욱 가져가면서 40분 내내 보는 사람도 숨이 턱턱 막히는 수비 강도를 유지해냈다. 

벼랑 끝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슛이 들어가던, 아니던, 에어볼이 나오던 그들은 계속해 던진다. 김승기 감독이 사기라고도 표현했던 그들의 3점슛 파티는 오늘도 평균값으로 이어졌다. 

작정현은 점점 더 신나고 있고, 불꽃 슈터 전대만도 돌아왔다. 2대2까지 향한 이 시리즈, 이제 어느 팀이 안양으로 향할지는 그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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