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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원주 DB는 어쩌다 이렇게 몰락했을까

by basketball.romantist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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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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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푸념 글입니다. 

3월 8일부터 개막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한창이다. 야구팬들을 제하고도 스포츠에 관심 없던 사람도 국가대항전이라는 소식에 하나 되어 열광하는 모습이다.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4강을 목표로 잡았던 대한민국 대표팀.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호주 대표팀에 발목을 잡혔고, 한일전에서는 기똥찬 대패를 당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지만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 집중력 부재, 마운드 운영 미스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적합해 보인다. 겉만 화려하면 뭐 하나, 정작 내실과 실속이 텅텅 비었는데. 

지난 3월 12일, 7일 고양 캐롯에 패한 경기를 직관한 뒤, 다시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았다.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DB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 허무맹랑하고 뜬구름 잡기 같은 소리지만 내 입장에서는 팀이 항상 최하위 전력이라는 평을 들어도 54연승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고 있는 사람이다. 

TG 삼보 엑써스 시절, 은은한 하늘색 유니폼에 자밀 왓킨스와 아비 스토리로 우승을 일궈내던 그 시절부터 농구에 빠지기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어엿 20년이 된 것 같다. TG 삼보, 동부, DB까지 오기까지 정말로 20년 동안 전 경기를 다 시청했다. 

한때는 7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하고 회복실에서 나오자마자 그 새벽에 농구를 다시 보기로 시청하는 열정까지 보였었다. 그러나 올 시즌처럼 이렇게 무기력한 시즌은 처음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KBL

전력은 좋지 않았어도 끈끈함과 투지, 짜릿함을 선사해 주던 마커스 포스터 시절. 아직도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박찬희가 자유투를 튕구고 이광재의 패스를 받은 유성호의 역전 버저비터는 잊히지가 않는다. 이기나, 지나, 그런 희열과 카타르시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느끼는 경기를 원하는데 올 시즌엔 그런 경기가 없는 것 같다.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대충대충 플레이해도 연봉은 들어오고, 팬들은 찾아와주고 응원해 준다는 생각에 빠진 것인가. 이름값만 놓고 보면 지금이 훨씬 압도적인데 말이지.

원주의 최대 암흑기인 줄 알았던 이충희 감독 시절. 알고 보니 더 장기적인 암흑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때 당시에도 KBL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김주성-이승준-키스 렌들맨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버전의 트리플 타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거기에 신인 두경민과 이광재가 윙에서 펑펑 3점슛을 터뜨렸으니 연패를 해도 준수한 공격 농구로 관중들을 불러들였던 것 같다.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7연패를 끊은 DB. 하지만 다시 3연패에 빠졌다. 냉정하게 6강 플레이오프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예 팀을 갈아엎어야 될 정도로 문제점이 많다. 

고액 억대 연봉자들은 평균 30분 이상을 출전하지 못하고 있고, 매 시즌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다. 비시즌에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핵심 코어들을 중심으로 시즌 틀을 잡는데 리그만 개막하면 선수들이 이탈하니 흔들릴 수밖에. 

치악체육관부터 함께했던 김현호가 알바노 다음으로 활약해 주는 선수니, 팀 벤치 뎁스가 엉망진창인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박인웅을 제외하고 로터리픽을 얻은 적이 없지만, 신인 선수들도 그렇게 많은 출전 기회와 경험치를 먹었음에 성장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 경기만 놓고 보더라도 전성기가 한참 지나고 슛에 약점이 있는 박찬희의 뒤꽁무니를 쫓아갈 선수도 없다. 

김주성 감독대행은 근소하게 패배하나, 대패하나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어제 경기 역시도 18점 차로 완패했는데, 팀 수비가 잘 이뤄졌다고 한다. 이 멘트, 고양 캐롯과의 경기에서도 패배한 뒤 인터뷰 기사에서 똑같이 했던 말이다.

DB의 상징이었던 높이와 트리플 포스트. KBL은 외국 선수만큼이나 토종 빅맨의 가치가 높다. 잘 뽑고, 잘 키운 국내 빅맨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기도 한데 DB는 김종규와 강상재라는 건실한 빅맨을 무려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근데 계륵 같은 존재다. 제공권 장악에서 이점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예전 동부산성처럼 수비에서 특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스페이싱도 좋지 않아, 그렇다고 SK처럼 스크린을 활용한 세트 플레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후 시즌, 원주 DB라는 팀이 어떠한 노선을 택할지는 모르겠다. 누가 지휘봉을 잡을지, 선수 개편은 어떻게 할지. 내가 아는 DB는 이런 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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