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L

투혼의 대구 한국가스공사, 너무나 아름다웠던 패자들

by basketball.romantist 2023. 1. 29.
728x90
반응형

반응형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도부터 2023년도 현재까지 많은 국민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한 구절이다. 저 짧은 한 마디는 우리에게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버텨 이겨내면 먼 훗날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상기시켜준다. 

1월 2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1위 안양 KGC와 9위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두 팀 모두 백투백 경기였다. 하지만 상황을 세심히 파고 들어보면 너무 달랐다.

KGC는 28일 경기 이전이 22일이었다면 한국가스공사는 10일 동안 6경기라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심지어 2일 뒤에 또 경기가 있다. 홈경기가 많았다면 차라리 다행이지 7경기 중 6경기가 원정 경기다. 어제는 3차 연장까지 가는 대혈투 속에 패배를 기록하면서 1패 그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 그렇다고 선수단 상황이 온전한 것도 아니다.

이대성은 오른쪽 손목 골절로 테이핑을 단단히 한 채 매 경기에 나서고 있다. 정효근도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고 이대헌은 이날 KGC와의 경기에서 갈비뼈 쪽에서 통증을 느끼며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기에 가뜩이나 외국 선수 경쟁력에서 아쉬움을 보이고 있는 팀이 한국가스공사인데 머피 할로웨이가 개인 사정으로 퇴단했다. 

농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KGC의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 역시나 KGC가 경기 초반부터 한국가스공사의 내외곽을 쉽게 오가며 점수 차를 벌렸다. 한 점 두 점 벌어진 점수는 삽시간에 두자릿 수 격차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사실 여기서부터 가비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선수단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의 전신이었던 인천 전자랜드 시절부터 그들의 팀 컬러는 끈끈함, 감동, 투혼이었다. 내놓으라 하는 휘황찬란한 슈퍼스타 없이도 선수단 모두가 원 팀으로 뭉쳐 꼬박꼬박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냈다. 끈끈한 조직력을 무기로 극적인 승부를 자주 연출해냈고 외국 선수를 포함한 모두가 수차례 바닥을 두드리며 매 경기 전의를 다졌다. 그러면서 감동랜드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에게서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질주하던 전자랜드 시절의 향기가 물씬 맡을 수 있었다. (물론 필자만 그런 것 일수도?)

데본 스캇은 단 1초도 쉬지 않았음에도 힘든 기색 없이 구심점을 잡았다. 이대성은 직전 경기 50분을 소화했음에도 공 하나하나에 몸을 날리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대헌과 정효근도 KGC의 빅맨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제공권 장악에 힘썼고 벨란겔도 이대성을 도와 공격과 리딩에서 힘을 보탰다.

결국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은 안양실내체육관의 열기를 집어삼켰고 그들은 기어코 역전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만 어제에 이어 또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아쉬웠다. 시간만 흘려보내면 승리와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정효근의 패스라는 선택지도 아까웠다. 물론, 당시 선수의 입장에선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었겠지만. 

유도훈 감독은 경기 후 감독 인생 중 이런 파울 콜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이긴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측에선 2일 연속 분명히 아쉬울 만한 판정이었다. 

그들은 석연찮은 판정에 진한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긴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고 결국 이날도 한국가스공사는 먼로에게 위닝샷을 내주며 패배라는 결과물을 받아들였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이대성은 털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한국가스공사 선수단 모두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악의 조건에서 2경기 연속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으니 너무나 허무할 따름일 것이다. 팬들도 이렇게 아쉬운 마당에 가장 아쉬운 사람들은 본인들일 것이다. 

눈물겨운 투혼을 보인 이대성은 이미 지나간 일, 잊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효근도 개인 SNS를 통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1경기라는 과정 속에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아쉬운 장면도, 팬들을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장면도 많았다. 

승리의 여신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운이 그들 쪽으로 흐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안쓰러울 정도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 그들에겐 잊고 싶은 주말, 너무나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랜만에 사라졌던 전자랜드 시절의 끈끈함이 보인 것 같아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1월 마지막 주말에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해 준 대구 한국가스공사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basketball.romantist 팔로우와 블로그 방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대성만 바라보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빛 좋은 개살구?

팽팽했던 승부를 무너뜨렸던, 그의 미드 레인지 점퍼 한 방. 오른쪽 손목이 골절된 상황에서도 그는 팀을 위해 해결사를 자처하며 매일 분투하고 있다.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진다는 생각에 그는

basketball-romantist.tistory.com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