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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KBL 레전드' 칭호에 걸맞았던 김주성 감독 대행의 첫걸음

by basketball.romantist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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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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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DB는 정규 리그에서도 식스맨이 타 팀들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팀이었다. 기회의 땅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로테이션, 경쟁력 약화와 점점 얇아지는 벤치 뎁스로 보이지 않는 어두움도 존재했다. 

벼룩은 꽤 높이까지 점프할 수 있단다. 하지만 이 벼룩을 상자 안에 넣어두고 기르면 딱 그 높이만큼 점프하게 된다고 한다. 작은 상자에 넣어두면 점프력은 점점 낮아지고, 이후에 바깥에 놔두면 거의 뛰지 않는다고 한다. 30분 이상 뛸 수 있는 선수들이 균등한 기회라는 명목하에 점점 출전 시간이 줄어들자, 뭔가 경기 감각도, 슛 컨디션도, 코트 밸런스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벌떼 농구만의 장점도 분명하다. 

비교적 관심도가 낮은 D리그, 직전 시즌까지 이천에서 DB의 행보는 정규 리그 성적만큼 좋지 못했다. 꾸준히 D리그도 봐왔지만,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김주성 코치의 이렇다 할 전술 지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1승도 겨우 해내던 팀이었기에, 추후에 김주성 코치가 1군에서 선수단을 장악하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지난 SK전에서 DB가 대패하며 이상범 감독이 김성철 수석 코치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2일이라는 단기간에 본인이 추구하는 팀 시스템 정립, 색깔 입히기? 절대 불가능하다. 팬들에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경기력만 보여주기만 해도 본전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승리까지 챙겨냈다.

심지어 이상범 감독이 그토록 언급하던 트리플 포스트, 빅 라인업을 너무나 잘 활용하는 모습에 감탄사가 연발됐다. 

모두가 잘 알 듯, 김주성은 현역 시절부터 원주 산성의 중심으로 윤호영, 외국 선수랑 강력한 팀 디펜스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리그를 주름잡던 용병, 토종 빅맨들과 골밑에서 맞서 싸우며 터득한 수비 노하우, 전술, 무수히 많이 마주했던 패턴들. 이런 험난하고 찬란히 빛났던 과거의 경험이 밑바탕 되어 선수들에게 전해졌던 것일까.

선수들은 골밑서부터 적극적으로 오프 더 볼 스크린을 이용해 미스 매치 상황을 유도, 연이어 공격을 성공해냈다. 수비에서도 스위치와 빠른 로테이션 수비가 눈길을 끌었다. 물론 선수들의 의지도 기반됐겠지만, 집중력과 활동량은 분명히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일목요연해 알찬 작전 타임, 결단력과 타이밍도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클러치 타임에 김종규를 활용한 오펜스를 전개하면서, 선수에게 어떤 발이 편하냐 묻고 세팅을 작업해 주는 세세함까지. 심지어 벤치에서 주문했던 세트오펜스가 그대로 득점까지 이뤄지는 것은 이전 DB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날 또 달랐던 점은 선수 로테이션이 많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항상 잔부상을 안고 있는 DB 선수들이기에 급격하게 늘어난 출전 시간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냉정하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선수들은 아끼고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흐름에 따라 내세우는 강단은 대단했다. 

이날 18점 9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친 김종규는 연장전을 제외하면 35분 6초라는 시간을 소화해냈다. 이는 올 시즌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이었다. 강상재 역시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었는데, 덕분에 빅맨 활용이 극대화되는 모습이었다. (후반 리바운드와 공격에서 아쉬움은 있었다)

김주성 대행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볼 데드 상황마다 에르난데스와 프리먼을 수시로 교체해 주며 원활한 흐름을 유도했다. 원종훈과 박인웅도 상황에 맞게 활용해냈다. 

1경기로 모든 것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 DB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을 단 40분 동안 눈으로 볼 수 있던 시간이었기에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제 DB는 올스타전 휴식기에 돌입했다. 재활과 휴식, 재정비 등 타 팀들보다 바쁘고 소중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날 경기로 다시금 가능성, 희망이라는 불씨에 불이 지펴졌다. 부디 폭풍우를 마주해 어두운 길을 걷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6위와의 격차도 단 2.5경기 차에 불과하다. 조기 종료 시즌 포함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은 농구 명문 DB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이지 않는가. 레전드, 김주성이 산성 재건과 함께 원주에 봄 농구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그리고 KBL을 21년째 봐오고 있는데 DB가 감독에게 이렇게 친근히 물 세례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하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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