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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라건아까지, KBL은 여전히 라건아 천하!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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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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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 그의 발자취를 뒤쫓아본다

10000득점. 90년대 한국 프로 농구가 출범한 이래로 2022년도 현재까지 단 4명뿐이 도달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10000이라는 숫자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그렇지, 이는 10시즌 동안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18.5점을 꼬박 넣어야 할 정도로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이제 실감이 나는가. 심지어 프로 선수가 조금의 잔부상도 없이 10시즌 동안, 54경기를 꾸준히 나서 18.5점을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0년 전인, 2012-2013시즌 당시 울산 모비스를 기억하는가. 맥카스킬, 위더스로 우승을 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모비스는 플레이오프에 도달하지 못한 LG와 트레이드를 감행한다. 로드 벤슨을 영입하면서 후속 트레이드로 1라운드 지명권과 시즌 종료 후 김시래를 떠나보낸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로드 벤슨은 라틀리프를 밀어내고 1옵션 외국 선수로 맹활약했고, 그들의 위험천만했던 대형급 트레이드는 결국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시즌을 동행해야 할 다른 한 명의 외국 선수가 계속 바뀌는 가운데, 울산 모비스가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줬던 선수는 바로 리카르도 라틀리프였다. 돌고 돌아 경력자던 시대에 라틀리프의 등장은 팬들에게 신선함, 한편으로는 당연스러운 낯섬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라틀리프는 센터 포지션이긴 했지만, 키가 타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에 속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맞이한 첫 프로 리그였고, 공격 옵션도 오직 페인트 존에 한정됐었기에 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다. 적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이기도 했다. 

하지만 뛰어난 스프린트 능력과 강철 체력, 탄탄한 하드웨어와 뛰어난 힘을 바탕으로 한 보드 장악력은 그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았고, 결국 저 장점들은 그를 현재 KBL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제자리에 멈춰있지도 않았다. 라틀리프는 만수 유재학 감독 밑에서 시즌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한국 특화형 선수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단조로웠던 공격 패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1cm, 1cm씩 멀어지는 슛 비거리만큼이나 다양해졌다. 

사진 출처 = KBL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라건아로

울산 모비스에서 KBL 전무후무한 쓰리 핏을 거머쥔 라틀리프는 서울 삼성으로 향한다. 김태술-임동섭-문태영-김준일-라틀리프라는 초호화 라인업을 갖췄음에도 삼성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만다. 이후, 라틀리프는 특별귀화 선수 자격으로 라건아라는 이름과 함께 코트를 누비기 시작한다. 

이젠 어엿한 한국인 신분이지만, 그는 여전히 KBL이란 울타리 안에서 외국 선수와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라건아를 품는 구단은 1옵션 혹은 2옵션 외국 선수 샐러리캡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도 했다. 그렇게 갈 곳을 잃는 듯했으나, 그에게 손을 내민 한 구단. 바로 전주 KCC였다.

오랜 시간을 라건아라는 석자를 달고 대한민국을 헌신해왔는데 저러한 제도 탓에 귀화 선수가 대한민국을 떠나면 안 되지 않겠냐라는 KCC의 뜻깊은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그렇게 라건아는 2019-2020시즌부터 KCC 소속으로 현재까지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매 시즌, 거물이 온다, KBL을 뒤흔들만한 NBA 리거가 온다는 말로 시끌벅적했지만 결국 모두가 라건아 앞에서 평등했다. 왜 본인이 장수하고 있는지, 구관이 명관인지 보란 듯이 증명해낸 그였다. 

소나무같은 남자

꾸준함의 대명사, 미스터 더블 더블이었던 라건아가 올 시즌은 뭔가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행보를 시즌 초반 보였다. 직전 시즌부터 하나 둘 늘어난 3점슛 시도는 효율성이 떨어져갔고, 이젠 본인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는 골밑에서도 지배력을 잃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난 뒤, 이제 은퇴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KBL 도장을 깨러 온 숱한 외국 선수들은 쉽게 제패한 그도 세월의 흐름, 무게를 이겨낼 순 없는 듯했다.

내리막길을 걸으며 이젠 끝인가 보다란 생각이 들던 찰나, KCC가 2라운드 후반, 3라운드부터 쾌조의 경기력을 보이자 라건아도 동반 상승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던 라건아의 위용을 되찾은 것이다. 

사진 출처 = KBL

팀이 최근 7경기 5승 2패를 거두는 기간 동안, 그는 평균 20.5점 1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29일, 군산에서 맞이한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 2쿼터, 허웅의 돌파에 이은 패스를 골밑에서 여유롭게 마무리하며 10000점이란 대업을 이뤄냈다.  

통산 득점 4위인 추승균 해설 위원의 10,019점 탈환도 머지않았다. 현재 라건아는 현역 선수 중에는 단연 득점 탑이고, 은퇴한 선수를 포함한 리바운드 부문에서도 5813개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잇는 선수가 서장훈, 애런 헤인즈, 김주성임을 감안하면 이 기록도 김주성의 1000블록슛처럼 당분간 철옹성처럼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라건아의 걸음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정진 중에 있다. KBL 유일무이 쓰리핏에 기여한 선수, 역대 외국 선수 중 최다 우승을 보유한 선수, 역대 최다 외국 선수 MVP, 통산 10000득점 등 굵직굵직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떠한 기록이 그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줄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한때, 라건아는 인종차별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귀화 선수로 한국 무대를 누비고 있지만 사람들의 색안경과 선입견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라건아는 타지에서의 힘겨움을 본인의 탄탄한 내구성처럼 단단한 멘탈과 뛰어난 실력으로 잠재웠고, 결국 그는 그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선수로 거듭나며 코트의 왕으로 우뚝 섰다.

필자는 항상 모든 외국 선수가 라건아 앞에서 서열 정리되는 것을 보고 의문을 가졌었다. 그래서 흥미진진함을 유발하는 외국 선수들의 쇼 다운에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지도 않았었다. 결과는 라건아 승리였으니까. 2012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10년, 강산이 한차례 변한 시간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에서 라건아로 오는 과정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실 한 가지. 지금도 KBL은 여전히 라건아 천하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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