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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코리안 티맥타임! 역대급 경기를 만들어낸 안양 KGC 박지훈

by basketball.romantist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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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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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판을 대표하는 유명한 시간(?)들이 있다. 클러치 타임을 지배하는 데미안 릴라드의 데임 타임, 경기 막판,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유독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던 레지 밀러의 밀러 타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도 전설로 회자되는 티맥 타임. 이외에도 더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3개를 골라봤습니다:)

티맥 타임은 티맥이라고 불리던 당시 휴스턴 로케츠 소속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의 이름에서 따왔다. 2004년 샌안토니오전 경기 종료 42초 전, 티맥의 휴스턴은 8점 가까이 뒤지고 있었다. 최소 3번의 공격권이 필요로 한순간이었기에, 휴스턴 관중들마저도 샌안토니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패배를 시인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해설 위원들 역시 마무리 멘트를 전달하기 바빴다.

그리고 경기장을 박차고 나간 관중들은 전설의 순간을 놓치고 마는 일생일대의 후회를 저지르고 만다. 당시 티맥은 3점슛 8개를 던져 1개밖에 넣지 못하는 등 극심한 야투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처에 불타올랐다. 홀로 샌안토니오의 득점에 전부 맞대응하며 4점 플레이 포함 연속 13점을 퍼부었고, 팀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Impossible이 I’mpossible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영화, 드라마보다도 더 극적이었기에 티맥 타임은 현재까지도 농구인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너무 불 현실 한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영화도 이렇게 만들면 욕먹는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쩌면 이 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래서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보다.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티맥 타임이 2022년 12월 2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코리안 티맥 타임이었다. 

이날 KGC는 최근 KBL에서 가장 핫한 전성현을 배병준, 문성곤, 양희종으로 로테이션 돌리며 철저히 막아냈다. 애초에 볼의 이동은 보지도 않았고 오직 전성현의 그림자가 되어 찰거머리처럼 찰싹 붙어 그를 쫓아다녔다.

그럼에도 전성현은 3쿼터까지 4개의 3점슛 포함 18점을 기록했다. 덕분에 캐롯은 상성이 약한 KGC를 상대로 끈질긴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KGC는 2점보다 3점을 많이 시도한 캐롯의 양궁 농구에 무너지며 4쿼터 종료를 앞두고는 기꺼이 역전까지 내주고 말았다. 경기 내내 선수들을 향해 채찍만 가하던 김승기 감독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지던 순간이었다.

이정현이 자유투를 놓쳐도, 어느 정도 승기와 분위기가 캐롯 쪽으로 확실히 기운 상태였기에 김승기 감독도 조금의 여유를 부리는 듯했다. 그렇게 디드릭 로슨의 자유투가 모두 림을 가르고 3점 차로 앞섰던 시점. 박지훈이 현란한 드리블에 이은 탑 3점슛을 터뜨려 경기의 균형을 맞춰냈다. 

연장전까지 갈 수 있게 만든 빅샷이었는데, 그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캐롯의 인바운드 패스를 스틸해 재차 공격권을 가져왔고, 골밑으로 쇄도하는 양희종에게 패스를 건넸다. 양희종의 골밑슛은 불발. 박지훈을 진정한 영웅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 박지훈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후, 드리블로 수비수 숲을 헤집고 나와 그림 같은 페이드 어웨이를 그려냈다. 그리고 이 슛은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림을 통과했다.

박지훈은 3쿼터까지 8점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고 있었다. 4쿼터, 승부처에선 변준형에게 건넨 패스를 본인이 패싱 레인 중간에서 건드려 뼈아픈 턴오버를 제공해 패배의 중심에 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지훈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소유한 남자였다. 오마리 스펠맨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려도, 변준형이 5반칙 퇴장으로 코트에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고? 그 역시도 똑같은 프로 농구 선수이고 내가 직접 해결하면 된다는 마인드였다. 외곽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든 원 가드 라인업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량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18초 동안 연속 7점을 만들어낸 박지훈이었다. 

그렇게 박지훈은 본인의 실수를 본인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역대급 경기를 선물해냈다. 역대급 경기에 역대급 결말. 오늘만큼은 전성현의 전성시대가 저무는 날이었다. 

매 순간을 끊임없이 노력하던 박지훈의 결실은 시즌 커리어 하이, 인생 경기라는 꽃으로 피어났고 그 꽃의 향기는 오늘 그 세상 어느 꽃보다 감미로운 향기로 안양실내체육관을 따뜻이 가득 채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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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이 캐롯이고, 곧 전술이다

테크니션 변준형, 3&D 문성곤과 양희종, 골밑 지배자 오세근, 게다가 한 시즌 만에 김승기 감독의 철학에 녹아든 오마리 스펠맨. 선수 개개인 면면만 놓고 봐도 2021-2022시즌 KGC 라인업의 밸런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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